전주의 명물, 국립전주박물관 탐방 고대편
얼마전 우연히 들려보고 제대로 카메라 챙겨서 찍어야겠다고 단단히 벼루었다. 2013년 여름에 가서 대충 찍었던 국립전주박물관 사진을 꺼내보았다. 조명이 어두워 사진도 별루였고 특별히 눈길을 끈 유물도 없었는지 사진이 적었다. 게다가 국립부여박물관이나 국립공주박물관에 견주어 전주만의 특별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렇지 않다.
광복 70주년이던 작년 국정교과서 논란이 한 참 이슈였고 지금도 이슈다. 이번 총선에서 그런 문제를 공약자료집에 담은 후보도 보였다. 역사해석의 자유가 있기에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이 가능한데 우리나라 강단사학계를 보면 그들만의 주류(식민)사관이 따로 있다. 소위 전문성 운운하며 역사를 역사학자들의 전유물로 보는 그들이 민족사학이나 재야사학을 사이비 역사학이니 역사파시즘이니 여론몰이 하는 것은 교묘한 물타기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을 막아야할 동북아역사재단이 국민들 세금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을 옹호하는 동북아역사지도집을 만들다 작년 국회청문회에서 들통났다. 재단은 그 사업을 철회 하겠다고 해놓고서는 수정보완 한다며 다시 번복했다. 연구비 47억원을 반환하지 않으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하늘을 볼 때, 시인이 본 하늘과 과학자가 본 하늘, 철학자가 본 하늘, 종교인이 본 하늘의 해석은 제각기 다르기 마련이다. 하늘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종합해 입체적으로 보는 것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획일성에서 벗어나 서로 존중하며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 조화야 말로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사회의 갈등과 대립, 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다. 한중일 삼국의 동북아 역사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이런 노력은 필요하다.일례로 '한사군은 평양에 있었다'는 자기들 학설만이 정설이며 다른 이론의 가능성에는 경기를 일으킬 만큼 배타적인 그들에게 역사에 대한 예의를 지켜줬으면 하는 뜻을 전하고 싶다. 학문의 영역에는 국경이 없다지만 학자에게는 국경이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자주적, 진취적 역사관에서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역사관으로 급격한 변침을 하며 우리민족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시련속에서 탄생한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본래의 자주적, 진취적 역사관을 회복해야 한다. 남의 문화만 카피해서는 새로운 문화시대를 주도할 수 없다. 이제는 우리 역사문화의 스토리를 복원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물관은 우리 스토리의 보물창고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어느 박물관을 가든 선사시대, 고대시대 연표를 보면 그 안에 식민노예사관이 어김없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일례로 선사시대는, 곧 역사이전 시대라는 뜻이다. 쉽게말해 역사시대라 함은 문헌기록과 그에 부합하는 실제 유물과 유적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단군조선 시대를 선사시대로 규정한 것은 잘 못이다. 찬찬히 짚어보면 역사학의 분야도 파편화 되어 있어 문헌을 우선시 하는 분들이 있고 고고학적 사료를 우선시 하는 분도 있다. 이 양자는 역사시대의 구분법이 현저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문헌사학을 하는 이들은 국가를 기준으로 시대 구분을 하는 반면, 고고학을 하는 이들은 19세기 덴마크 역사학자인 CJ톰센이 분류한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등 도구중심으로 시대구분을 한다. 따라서 역사의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문헌을 기준으로 삼고 고고학 사료를 통합해서 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삼국유사는 우리 역사의 출발을 고조선으로 보고 있으며 지금의 한국사 교과서는 고대사회를 도구중심으로 분류해 역사의 출발을 구석기 시대부터 기술한다. 고조선도 청동기 시대에 편입시켜 주객을 전도해 놓았다. 국가성립이 한참 뒤늦은 서구역사의 특수성에서 오는 역사시대 구분법을 우리역사에 적용시키는 것은 서양적 관점이다. 언제까지 그렇게 남이 만들어 놓은 이론과 학설을 따라만 갈 것인가.
일연스님의 삼국유사는 삼국이라는 제목이 붙지만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달리 우리역사를 삼국에 국한시키지 않는다.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우리 민족의 열국시대를 다루며 그 나라들이 어디서 연유하였는지 뿌리를 밝혀주고 있다. 삼국유사의 첫편인 기이편의 가장 첫 국가는 고조선이다. 곧 단군조선이다. 이 말은 열국의 뿌리는 단군조선이라는 의미다. 일연은 고대 중국의 사료인 위서를 인용해 단군조선을 기원전 24세기에 건국한 나라로 밝혔다. 신석기 시대 말기다. 넘쳐나는 단군조선의 유적과 유물을 삼국유사와 맞추어보면 결국 고조선을 선사시대로 비정하는 것이 옳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고조선을 선사시대로 보는 관점은 신화지 실제 역사가 아니라는 논리가 전제되어 있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고대사 기록을 불신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육당 최남선은 일찍이 삼국유사를 평하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될 경우를
가정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후자를 택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국립전주박물관| 단군조선의 다뉴세문경
빛살무늬토기와 십자문양 청동의기는 태양을 숭배한 우리 민족의 정신철학을 담고 있는 단군조선의 표지유물이다. 백의민족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광명을 숭상한 문화는 우리 역사를 바라보고 해석할 때 가장 중요한 코드다. 이런 정신문화를 전혀 포착하지 못하고 유물의 외연만 보거나 고대 역사문헌을 해석하며 사서삼경같은 그 시대의 정신철학을 참고하지 않는다면 유물론적 역사해석의 틀을 영원히 벗어나기 어렵다. 단군조선의 실체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가 되어야 하는 작업이다.